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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무협 명작, 한상운 - 무림 사계

 세상엔 뛰어난 무협소설들이 많이 있지만 제가 최고로 명작으로 꼽는 소설은 오늘 소개할 무림사계입니다.

 밝지도, 유쾌하지도, 신나는 소설도 아니지만 읽다보면 휴유증이 남을 정도로 훌륭한 소설이지요.

 

책이름: 무림사계
글쓴이: 한상운
출판사: 로크미디어
총권수: 6권(完)
출판일: 2007년 8월 9일

장르: 무협소설

 

 패륜권 담진현

 

 이야기의 주인공인 담진현은 천하의 악당입니다. 명성 높은 철혈문의 촉망받는 제자지만 도박이 발단이었습니다.

 사부를 때리고, 사부의 여자와 놀아나고, 문파의 공금을 날려먹고, 심지어는 문파의 건물까지 불태워먹었습니다. 덕분에 무림인의 성명과 같은 별호가 패륜권이 됩니다.[각주:1]

 

불

 

 담진현은 철혈문을 떠나 항주로 도망오게 되는데, 하필이면 이런 담진현에게 흑도방파가 한 의뢰를 맡기며 일이 시작됩니다. 의뢰를 요약하자면 흑도방파의 도박장에서 녹림채의 인물이 거금을 땄다는건데, 회수를 해오라는 겁니다.

 눈치 빠른 담진현은 돈은 돈대로 회수한 후, 입막음 때문에 죽게 되리라는 걸 깨닫지만 눈치 채지 못한 척 응하게 됩니다. 

 

 살기 위해 애썼다.

 

 알고 보면 담진현은 악당은 아닙니다. 그때 그때 상황을 모면하려 발버둥 쳤을 뿐인데,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패륜권 소리까지 듣게 된 것이죠. '살기만을 위해' 표류해온 인생인데도 그렇게 된 겁니다.


 해온 일들이 본의 아니게 악랄했던 터라 악한 자들과 어울려야 하지만 본인의 본성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우습게도 몇몇 일들은 잘해보려고 하던 것이 꼬여 나쁜 일로 발전하게 되었던 겁니다.

 결과가 심각한 악행으로 끝났다는 점을 제하면 그야말로 현대인들과 비슷한 면모를 가진 것이죠. 

 

살아가는 건 고통이다. 하지만 죽는 건 두렵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것이 힘든 법이다.
담진현의 독백, 무림사계 中

 

 하지만 속사정이 어떻든 발 붙일 수 있는 곳은 그런 곳 뿐이었고, 아무의 보호도 없이 홀로 무림을 횡횡하며 삭막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악하고 비정합니다.

 

 <무림사계>는 이런 담진현의 행보를 사계절인 여름,가을,겨울,봄으로 나눠 담아냅니다. 더 자세한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비정한 세계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입체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잔인하고 눈치 빠르지만 그 눈치 때문에 오히려 맹한 소리를 하는 왕왜호, 목적을 알 수 없지만 돈에 집착하는 위렴, 주인공에게 애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연적하,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지하

 

사회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필연적인 이유에서 서로에게 끌리고, 이야기를 진행해나갑니다. 누군가가 사회는 비정한 곳이라고 했었는데 이 작품의 세계는 사회의 축소판 같았습니다.

 

 담담하고, 날카롭고, 냉정하고 더 없이 활발하죠. 

 이런 짜임새 있는 세계관에서 등장인물들이 툭탁거리는 걸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종합적인 평가

 

 하지만 단순히 이런 암울한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상운 작가님 답게 곳곳에는 유머감각이 숨어 있으며, 이야기와 잘 버무러져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방구를 이용하는 원초적 개그부터, 왕왜호 삼형제의 덤앤더머는 과하지도 못하지도 않았습니다.

 

 보통 오래된 작품 속의 개그들은 시대를 타기 마련인데, 무림 사계는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놀랍도록 세련되서 13년전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책을 읽고나서 이러이러한 점이 아쉽다는 것을 늘어놓는 편인데, 이 책엔 그런 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작품입니다.[각주:2]

 

 명대사랄것도 없지만 제가 작품을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구절을 써놓으면서 마치겠습니다.

 

 그는 내가 본 중에 가장 훌륭한 사람이었다. 어릴 적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삶을 살았음에도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했다.
 나는 그가 죽어서 부처가 되었기를 바랐다.
 부처가 되어 나처럼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어 주기를 바랐다.
눈이다. 엷은 회색으로 물든 하늘에서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하얀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다. 나는 엉망진창이 된 손을 펼쳤다. (중략)
나도 곧 이 눈송이처럼 사라질 것이다. 오명과 불명예를 등에 짊어지고…….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죽음은 생각만큼 두려운 일도 아니었다. 갈대숲에서 빠져나와 최근용과 마주했을 때 나는 내가 진짜로 살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감상

5

5

4

4.6


 

  1. 철혈문은 권을 주로 쓰는 문파라 그런 별호가 붙은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2. 다만 한가지 흠을 잡자면 열린결말인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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