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진중한 작품보단 머리를 비우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책이름: 특공무림
글쓴이: 한상운
출판사: 로크미디어
총권수: 8권 (완결)
출판일: 2005년 1월 12일
장르: 차원이동물
단순무식한 막가파 조구호.
조구호는 전직 군인입니다. 능력 하나는 뛰어나지만 성질머리가 글러먹은데다 무식해서 온갖 사건을 저지르는 사람이지요. '전직' 군인이 된 것도 상관을 때렸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한국군이 조구호에게 의뢰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비밀스럽고 위험해보이는 임무였지만 큰 돈을 주겠다는 말에 조구호는 덥썩 승낙을 합니다.
그리고 팀원을 모으는데 하나 같이 어딘가 나사빠진 사람들입니다.
종이에는 조은택의 신상명세와 사진이 붙어 있었다. 사진을 본 김하사의 눈이 퉁방울처럼 커졌다.
"아니, 이 새끼. 인디언 조잖아? 조 중사님! 이 새낄 받아들이려고요? 이 새낀 미친 새끼예요!"
"그 말을 들으니 왠지 안심이 되는데."
"조 중사님. 제발 좀… 왜 얠 끌어들이려고 하는데요?"
(중략)
김 하사는 거기까지 말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잠깐만요. 그때 맞은 놈이 식물인간이 됐다고 했으니까 출감하려면 아직 멀었을 텐데요."
-조은택을 영입하던 김하사와 조구호의 대화, 특공무림 中
사람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지만 야생의 감각이 뛰어난 인디언 조, 다단계를 강요하던 한성곤 중사… 그리고 조구호가 영입한건 아니지만 잔인한 안길정 안기정 형제, 최고의 스나이퍼지만 의부증이 있는 이수현 등 설명만 봐도 골치아픈 전현직 군인들이 바로 팀원들입니다.
그나마 실력이 좋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팀원들 자체가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팀원들이 실력이 좋으니까라고 하기엔 일을 맡아놓고 보니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타임터널
알고보니 군에서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터널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과거로 사람을 보냈는데, 과거의 인물들에게 살해 당하고 중요한 물건을 뺏겼습니다.
조구호가 맡을 임무는 과거로 돌아가 물건을 탈취해 다시 돌아오는 거였죠.
말만 들으면 현대 무기로 무장한 조구호가 질 일은 없지만, 이전 팀이 전멸했을 때의 비디오를 보니 심상치 않습니다.
과거의 인물들은 흔히 무협소설에서 나오는 인물들로, 총알을 칼로 튕겨내고 사람을 한칼에 썰어대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빼앗은 물건은 마교라는 곳에서 신물처럼 가지고 있었죠.
결국 조구호는 무림고수들이 즐비한 세계로 침투해 마교의 한복판으로 들어가야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적은 앞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배후에선 조구호 일행을 두고 어떤 음모가 벌어지지요.
상큼한 글, 조금은 연식 있는 개그
기본적으로 이 글은 개그 소설입니다. 조구호 자체가 전형적인 개그 소설의 주인공이며 작 중 군데군데 개그 요소들이 깔려있습니다.
주로 상식이 없는 조구호의 언동에 헛웃음 짓게 하는 종류의 개그들이지요. 만담 또한 훌륭하고요.
"사슴은 말야, 총을 맞아도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법이 없어. 심장을 관통당해도 40~50미터 도망간 후에 쓰러지지. 그런데 사람은 총에 스치기만 해도 쓰러져서 비명을 질러. 왜 그런 거 같냐?"
"사슴은 짐승이니까,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거 아닐까요?"
(중략)
"아! 그러니까 조 중사님 말씀은 그게 심리적인 문제라는거군요?"
거기까지 말한 후 송 상병은 감탄의 시선으로 조구호를 봤다.
(중략)
그때 조구호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너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냐. 다 근성 문제야, 근성. 쟤들은 근성이 있어서 버티는 거고 요즘 애들은 허약하니까 못 버티는 거야. 근성만 있으면 심장이 부서져도 일어날 수 있어."
총에 맞아도 안 죽는 무림인들을 보며, 특공무림 中
하지만 이 책이 나온지도 벌써 15년이 지났고, 지금 보면 조금은 연식 있는 개그들입니다. 그래서 읽으실 때엔 그 점을 유의하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과거로 가서 현대무기로 무장한 현대인 vs 무림인이라는 구도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무리수에 함몰된 후반, 조금은 아쉬운 용두사미.
그러나 책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후반부로 들어가면 전개의 힘이 떨어지고, 용두사미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초반에 나왔던 떡밥이 잊혀지는 건 기본이고, 무리수가 남발합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라 함부로 말하기 쉽지 않지만, 후반에 나오는 종교드립은 개그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개연성을 파괴하는 정도가 심하고 웃기지도 않았습니다.
풍자한다는 의미에서봐도 날카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요.
결말마저 후다닥 마무리 지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워낙 초중반의 힘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4
3
3
3.3
- 사실 순수 무협소설이라기엔 현대물 파트도 큽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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