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神筆) 김용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을 꼽는다면 오늘 소개할 신조협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재기발랄한 주인공, 사랑이야기가 어우러져 기쁨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참고로 이 작품은 영웅문 2편으로, 일전에 다룬 사조영웅전의 이후를 다룬 작품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1편을 읽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1편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책이름: 신조협려
글쓴이: 김용
출판일: 1959년
장르: 무협소설
배경: 사조영웅전으로부터 20년 후
뒤틀린 사랑
마두라고 불리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적련선자 이막수라는 사람인데 연인이던 육전원이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자 복수를 맹세합니다.
그래서 이막수는 육전원이 혼례를 할 때를 노려 난입합니다.
그녀의 무공이 워낙 고강한지라 육전원은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일등대사가 제지합니다. 결국 그녀는 10년 후를 기약하며 후퇴하게 되죠.
"세상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정이란 무엇이기에 생과사를 가름하느뇨?"
-이막수가 자주 부르는 노래, <신조협려> 中
<신조협려>는 복수의 날인 10년 후가 되자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막수의 미움을 받아서 그런지, 복수의 대상인 육전원 부부는 마음 고생을 하다 이미 죽었습니다. 하지만 이막수는 복수할 대상이 사라지자 더 포악해져서 살인예고를 합니다.
결국 그녀는 육가장의 사람들을 죽여버리고 육무쌍을 납치해갑니다.
양강의 아들
그 곳을 우연히 지나가던 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1편의 악역이었던 양강의 아들인 양과입니다.
전작에서 양강이 비참하게 죽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가 어머니가 죽은 후 떠돌고 있었죠. 1
양과는 이막수가 벌인 사건에 휘말려들게되는데,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곽정 부부의 손에 키워지게 됩니다.
헌데 양강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황용이 양강을 견제합니다. 2
무공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글공부만 시키지요. 거기에 곽정의 딸인 곽부와 무돈유,무수문 형제는 괴롭히기까지합니다. 결국 참다 못해 사건을 일으킨 양과는 곽정 부부의 손을 떠나 전진교에 입문하게 되지요.
운명적인 만남
하지만 하필 전진교에서 소인배 스승을 만난데다, 양과 본인도 성격이 모난데가 있어서 전진교에서마저 불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양과는 전진교 근처에 있던 고묘파에 입문하게 되며 거기서 운명의 여인, 소용녀를 만나게 됩니다.
"나는 마음속으로는 당신을 사부로 여기고 당신을 공경하고 무슨 말을 해도 따르겠어요. 하지만 사부라고 부르지는 않겠어요. 그냥 아가씨라고 부르겠어요."
-소용녀를 만난 양과의 말, 신조협려 中
고묘파자체가 사람의 감정을 죽이고 수련하는 문파인 탓에 소용녀는 냉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엄격한 스승-제자의 관계였지만 점점 둘은 정이 들어갑니다.
결국 몇 번의 사건 끝에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신조협려는 양과-소용녀의 사랑이야기와 유쾌한 영웅인 양과의 시련극복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현대적인 주인공
양과는 영웅과 악당의 경계선에 있는 인물입니다. 선악 개념이 모호하고, 장난을 좋아하며, 예의 범절에 무관심합니다. 전작의 주인공 곽정이 바른 생활 사나이라면, 양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에 가깝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작품 세계관 기준이지, 악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성격탓에 외부와 갈등을 빚으며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신조협려>는 이런 양과가 뛰어난 잔꾀와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방식으로 시련을 이겨내나가는 모습이 인상깊습니다. 또한 1959년 작품임에도 양과는 현대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쪽에 가까운데, 덕분에 '고구마 먹은 듯한' 전개가 아니라 '사이다'스러운 전개가 나옵니다.
김용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도 양과가 상위권에 드는 인기를 끄는 데엔 이런 이유가 있지요.
애절한 사랑
그렇다고 단순히 양과에만 의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용녀는 최고의 매력을 가진 여자주인공으로 나오며 둘의 사랑은 애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냉정하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고, 남들에겐 무관심하지만 주인공에게 열정을 드러내는 소용녀의 매력이란 직접봐야 왜 그녀가 김용세계관 최고의 여주인공으로 꼽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커플은 지독하게 박복한 편인데,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그 아슬아슬함의 연속은 짜증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애절함 쪽이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용 작가의 작품 중에서 연성결 다음으로 좋아하는 로맨스입니다.
종합적인 평가
양과는 타락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본인부터가 악당과 영웅의 경계선에 있는 인물이고, 선악 개념이 희미합니다. 거기다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양봉과 관계까지 맺게 되는데 돌이켜보면 악인이 안된게 용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곽정의 뚝심있는 애정과, 주변 인물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영웅으로 커가는데, 그 과정을 치밀하고 훌륭한 구성으로 다뤘기 때문에 과연 김용 작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다만 미성숙한데 희대의 쓰레기짓을 하는 곽부라는 캐릭터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중간에 작품을 읽다 포기하게 된다면 곽부라는 존재가 크게 작용해서일 듯 합니다.
3
5
5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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