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한국이 한참 어렵던 시기에 방영된 충격적인 다큐멘터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선천적으로 사지절단증이란 병을 타고난 오토다케 히로타다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이 다큐멘터리의 파급력 덕분에 오토다케가 쓴 <오체불만족>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책이름: 오체불만족
글쓴이: 오토다케 히로타다
출판사: 창해
총권수: 1권 (완결)
출판일: 1998년
사지가 없는 사람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태어나자마자 사지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습니다. 짤막하게 달린 팔,다리를 제외하면 몸통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런 히로타다를 받아들이고 귀여워했습니다.
그래서 장애아동을 가진 일반적인 부모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활동을 장려하며 교육했습니다.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고등학교도 모두 정상인들과 같은 학교에서 다녔고 본인도 장애인이라는 인식에 짓눌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농구부 같이 사지 멀쩡한 사람들도 하기 힘든 운동부도 했을 정도입니다.
<오체불만족>은 이런 장애를 타고난 오토다케가 어떻게 불리함을 극복하고 명문, 와세다 대학으로 갔는지를 다룹니다.
인간의 장벽 허물기
사회적인 분위기상 장애는 심각하게 꺼려지는 대상이 됩니다.
장애인들은 보통 집 안에서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고, 사람들도 편견이나 신기한 동물 보듯이 바라보는 일이 잦습니다.
하나의 장벽이라면 장벽이랄 수 있지요.
<오체불만족>에서는, 사람마다 특징이 있듯이 장애를 특징이라고 보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건강한 발상인 것 같습니다.
장애인, 정상인이라는 구분 보다는, 나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당당함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느낀 것은 책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작가분의 당당함입니다.
누구나 본인의 약점을 지적 받았을 때 움츠려들기 마련인데, 오토다케씨는 오히려 당당하게 맞받아치며 살아갔습니다.
그런 모습은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정도로 좋은 모습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위축되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패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땐 우물쭈물하고 소심하게 살기보단 당당함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가가 자세하게 이야기하진 않지만, 작품 행간만 봐도 오토다케의 가정이 유복한 쪽에 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님의 마음가짐마저 훌륭해서 장애만 아니었다면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라는 관용적인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장애를 극복해낸 데엔 본인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환경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당당하게 살아서 약점을 극복하자, 라는 메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게 바로 그 때문입니다.
동심파괴 - 불륜
보통의 책이라면 책 내부적인 이야기만 하고 넘어갔겠지만, 작가의 삶자체를 다룬 책이라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돌려말하지 않겠습니다.
작가분은 2016년에 불륜을 했고, 그 때문에 이혼을 당했습니다.
처음 불륜을 했을 때 쌩뚱맞게도 피해자인 아내분이 오히려 사과를 했고, 시일이 지난 후 이혼했습니다.
찾아보니 '인간 오토다케'를 향한 인심은 많이 나빠졌지만, 사회운동가로서는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고 합니다.
당장 일본의 마스크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가 한국에도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같은 인간으로서 보자면 그의 유쾌함이 빛이 바라고, 존경심이 덜해집니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많이 받았는데, 동심이 부서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더러운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배울 점만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관점에서 책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당장 제가 최근에 다룬 스티브 잡스도 더러운 사생활로 유명했지만, 그의 책을 읽었던 것처럼요.
종합적인 평가
힘겨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삶을 보여주는 과정 자체가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모님의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는데 어떻게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주고 자립심을 심어줄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286페이지의 분량도 적절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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