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은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필독서입니다.
영미권에서는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위상이 높다고 합니다.
도서관에서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반항아
홀든 콜필드는 명문대학생입니다.
집안 사정은 넉넉하고 가족들의 직업들도 상류층입니다. 아버지는 변호사에, 형은 소설로 성공해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그런 것에 환멸을 느끼고 가족들을 위선자라고 싸잡아 욕할 뿐입니다. 심지어 형을 '창녀'같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홀든은 극도로 염세적인 성격을 가진 반항아입니다.
특히 이 반항아 기질은 안좋은 쪽으로 발현되는데, 수업에 열성적으로 임하지 못해 낙제를 받은 겁니다.
결국 홀든은 성적미달로 학교에서 퇴학당하게 되며 부모님에게 알려질 몇 일 동안의 시간을 자신만을 위해 쓰기로 합니다.
방황
홀든은 돈을 챙겨 택시를 타곤 목적지 없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닙니다.
매춘을 하다가 폭력에 당하기도 하고, 여자와 춤추다 그녀의 겉치레뿐인 성격에 실망하기도 합니다.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진심을 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결국 홀든은 부모님이 안계신 틈을 타 집으로 가는데, 영영 가출해서 떠나려고 합니다.
피비가 회전목마에 타고 돌아가는 모습에서 나는 갑자기 행복한 느낌에 젖었다. 나는 거의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호밀밭의 파수꾼 中
하지만 여동생인 피비 덕에 마음을 다 잡고 결국 집으로 귀환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홀든의 파수꾼은 피비였던 셈입니다. 물론 결말부분에서 나온 홀든의 독백을 보면 '바른생활 사나이'로 돌아올지는 미지수지만요.
사춘기 청소년
미국에서 사랑받는 책이라는 것 외에 사전 정보 없이 읽었기 때문에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제목만 보고선 지레 '시골에서 호밀밭을 지키려는 순수한 소년의 이야기' 정도를 기대했는데, 전혀 딴판인 이야기였습니다.
배경부터가 시골과 거리가 먼 뉴욕이며 주인공 홀든은 순수한 소년과는 1억광년정도 떨어진 사람입니다.
주인공인 홀든은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며, 다른 사람들을 흉보고 깔보며, 싸움은 못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를 줄창 거는 한심한 찌질이에 가깝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고치자면 중2병에 가까운 것이지요.
놈들이 하는 짓이란 기껏해야 장차 캐딜락을 살 수 잇는 신분이 되기 위해 공부할 뿐이라구. 그리고 만일 축구 팀이 지면 속상해서 견딜수 없는 척이나 하고 하는 짓이라고는 하루 종일 여자 애와 술과 섹스 얘기만 지껄여대지.
-호밀밭의 파수꾼 中
하지만 실 없는 소리라기엔 꽤나 날카롭게 인간을 통찰하고 현대사회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아마도 이 작품에 가치가 있다면 그런 점에 있지 않을까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앞에서 고상한 척 하다가 뒤에선 더러운 짓을 해대는 '고위층'이 많은 우리나라의 사정에 대입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단 글쎄...
개인적인 기대에는 못 미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 소년이 뉴욕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뭔갈 신랄하게 말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겉보기엔 그럴듯해보이는 사람을 비꼬는 것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와닿지 않는 부분도 많고 이 소설이 70년이 지난 현재에도 읽히는 스테디셀러의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한 작품 마지막에도 나오듯이 돌아갈 '든든한 가정'이 있는 소년이 본인 성격을 못이기고 내뱉는 공허한 말뿐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종합적인 감상
실망을 느꼈지만,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평가들을 보면 외국 감성과 보는 관점이 다른 탓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역자분이 친절하게 번역해놓으셨음에도 홀든의 욕설이나 감성을 반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박한 평가를내리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기대감을 가지고 읽은 소설이 이렇게 실망스러운 적은 드문 일이라 당황스럽네요.
P.S 번역이 중요한 듯 합니다. 거칠고 욕설을 쉴새없이 달고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담아내야지만 본래의 재미에 가까울 듯 합니다.
- 원제는 The Catcher in the Ry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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